[이미현의 세상톡] 마음이 무거운 '푸바오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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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현의 세상톡] 마음이 무거운 '푸바오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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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이미현 기자 | '푸바오'. 우리나라에서 많은 대중들에게 크나큰 사랑을 받고 있는 귀여운 자이언트 판다. 

중국 밖에서 태어난 판다는 만 4세 이전 반드시 중국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자이언트 판다 보호 연구 협약'에 따라 푸바오는 중국으로 떠났지만 현지에서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는지 근황을 궁금해하는 팬들은 여전히 많다.

푸바오가 중국으로 돌아갈 때 편히 가도록 배려하는 차원에서 '반도체 수송용 무진동 특수차량'과 '전세기'가 마련됐다. 6000여명의 시민이 배웅을 위해 용인 에버랜드로 몰려들었고 이별 과정에서 눈물을 흘리며 우는 팬들도 있었다. 기자도 푸바오가 담긴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기도 하고 에버랜드에서 자이언트 판다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도 구매했다.

올해 초 이슈가 됐던 부경동물원 '갈비뼈 사자'가 청주동물원으로 옮겨진 이후 포동포동 살이 오르며 이전보다 행복을 찾게 된 사연에도 국민들의 따뜻하고 애정 어린 관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앙상하게 드러난 사자의 늑골은 기자뿐 아니라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현재 부경동물원은 문을 닫았고 그곳에 남아있는 동물들은 구조돼 청주동물원으로 옮겨졌다. 학대를 의심받은 동물들은 엑스레이, 심장 초음파 등의 검사를 비롯해 영양상태를 고려한 각별한 건강 관리를 받고 있다.

푸바오와 갈비뼈 사자처럼 국민들의 관심과 사랑을 기다리는 돌고래 '벨루가'도 있다. 푸바오와 사자가 잘 지내고 있단 소식을 접하면서 웃음을 짓는 한켠에는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은 잠실롯데월드몰 아쿠아리움(수족관)에서 '자유'를 기다리고 있는 벨루가가 있기 때문이다.

벨루가의 사연은 1인 피켓시위를 나온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 소속 시위자를 통해서 알게 됐다. 롯데월드가 2014년 아쿠아리움을 개관하면서 벨루가 3마리를 데려왔다. 그중 2마리가 어린 나이에 폐사해 현재 남은 한 마리 벨루가가 9년 가까이 홀로 남겨져 자유를 기다리며 갇혀있단 내용이다.

앞서 벨루가 2마리가 폐사하면서 롯데 측은 당시 벨루가 방류를 약속한 바 있다. 롯데는 4년 동안 2019년, 2020년, 2021년 3차례에 걸쳐 방류를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못했다. 현재 2026년으로 연장됐다.

최근 지난 2월 거제씨월드의 큰돌고래 '줄라이'와 '노바'가 폐사한 사실도 핫핑크돌핀스 등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의 부검 소견서에 따르면 노바는 '장염전(창자가 뒤틀리거나 꼬이는 병)'에 의한 쇼크, 줄라이는 '생선 대장균성 패혈증'으로 폐사했다. 아픈데도 불구하고 무리한 쇼 일정을 소화한 탓이라는 것이다.

지난 2022년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수족관법) 개정안이 통과된 이후 고래류는 수족관 신규 보유가 금지됐다. 관람 노출 등 스트레스로 인한 폐사 또는 질병 발생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이 운영 중이던 수족관에는 개정안이 소급 적용되지 않아 롯데월드, 거제씨월드 등에서는 벨루가 사육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벨루가는 한 번에 1000미터씩 잠수하고 1년에 6000㎞까지 이동하며 사람처럼 자의식과 풍부한 감정과 기억력을 갖고 있는 동물이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 지난 8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태평양 도서 지역의 원주민 지도자들이 고래 보호를 위해 고래에 사람과 같은 권리를 부여하는 선언을 했다. 이동의 자유, 언어를 포함한 문화적 표현, 건강한 환경, 건강한 바다, 고래 개체군의 복원 등 고래의 권리를 법적으로 보호해야 한단 내용이다.

비정부기구(NGO)인 지구협의회연합(ECA)의 렐레이 렐라울루 회장은 이 같은 선언문을 높히 평가하며 전 세계적인 고래 보존을 위한 움직임 확산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국내에서도 제주도가 최근 남방큰돌고래에게 '생태법인(Eco Legal Person)'을 부여하려는 의지를 밝혔다. '생태법인'은 사람 외에 생태적 가치가 중요한 자연환경이나 동식물에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로, 기업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것처럼 생태적 가치가 중요한 자연물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롯데도 이달 계열사 롯데마트와 슈퍼가 ESG 캠페인 브랜드 '바다愛(애)진심'을 새롭게 선보인다고 밝혔다. 해양 생태계 보전과 더불어 지속 가능한 어업 환경을 조성하겠단 내용이 이번 업무 협약의 골자다.

하지만 벨루가 자유에 소극적인 태도인 롯데의 진정성에 의문이 붙지 않을 수 없다. 푸바오, 갈비뼈 사자처럼 벨루가도 수족관에서 "자유를 얻는데 도와주세요"라며 대중들의 애정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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