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곽민구 기자 | 인간은 번잡한 일상으로부터 달아나고 싶을 때, 인생의 난제들에 포위당했다고 느낄 때 여행을 소망한다.

이 책은 여행지에서 겪은 이런저런 경험을 풀어내는 여행담이 아니다. 여행을 중심으로 인간과 글쓰기, 타자와 환대,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로 그 주제가 점차 확장되어가는 사유의 여행기다.

우리가 미처 정리하지 못하고 한쪽에 미뤄둔 여행과 인생에 관한 단상이 작가의 독보적이고 깊은 인문학적 사유를 따라 각기 그 맥락과 형태를 갖춰가는 독서의 경험은 마치 잊을 수 없는 특별한 여행처럼 강렬하고도 긴 파장을 남긴다.

본인의 의지를 갖고 낯선 곳에 도착해 몸의 온갖 감각을 열어 그것을 느끼는 경험. 한 번이라도 그것을 경험한 이들에게는 일상이 아닌 여행이 인생의 원점이 된다. 일상으로 돌아올 때가 아니라 여행을 시작할 때 마음이 더 편해지는 사람이 있다면 이번 생은 떠돌면서 살 운명이다.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흔치 않은 경험인 추방으로부터 뻗어나가는 작가의 이야기는 여행의 목적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누군가에게 여행의 목적은 일상으로부터 벗어난 휴식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경험과 깨달음이다. 그러나 여행에는 늘 예측하지 못한 변수가 생겨나기 마련이다. 인생도 여행과 같다. 예기치 못한 무언가를 대신 얻게 되는 경험, 작가는 이것이 여행이 지닌 기본 구조이며 인생의 행로와도 닮았다고 말한다.

곽민구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