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떳떳한 접대' vs '부당한 접대'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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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떳떳한 접대' vs '부당한 접대'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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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출고 2009년 04월 13일 0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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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유흥주점이나 룸살롱은 물론이고 노래방이나 골프장 등도 공공기관의 클린카드(Clean Card) 사용 제한업종으로 지정, '떳떳한 접대'의 범위를 놓고 논란이 일 전망이다.

재정부는 업무를 추진하면서 외부 사람들과 밥을 먹는 수준 이상의 것은 모두 '깨끗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지만 일선 공공기관들은 재정부 기준대로 할 경우 사실상 대인접촉이 힘들어져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주장한다.

재정부는 이외에도 인건비나 사업비 등의 집행지침을 한층 엄격하게 만들어 임금이나 복지를 편법으로 확대하는 전통적인 방식이 먹히지 않게 했고 성과급도 엄격히 차등 지급해 '무임승차' 하는 직원들을 줄이도록 했다.
  
◇ 유흥.위생.레저업종 클린하지 않다?
13일 기획재정부와 공공기관들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공공기관들의 올해 예산집행지침을 한층 엄격하고 구체적으로 작성, 일선 공공기관에 지킬 것을 지시했다.

이 지침은 각 기관의 사업 추진을 위한 접대비 성격의 예산은 업무추진비에 계상해 사용하도록 하고 업무추진비는 신용카드 가운데 클린카드로만 집행하도록 했다.

그리고 클린카드를 사용할 수 없는 업종을 명시했다. 기존에 흔히 유흥업소로 불리는 룸살롱과 유흥주점, 단란주점, 나이트클럽은 물론이고 위생업종 중에 이.미용실, 피부미용실, 사우나, 안마시술소, 발마사지 등 대인서비스도 금지된다.

레저업종 중에서는 일반골프장은 물론이고 최근 급속히 늘고 있는 실내골프장도 포함됐고 한때 직장인들의 단골 2차 메뉴였던 노래방도 제한됐다. 사교춤, 전화방, 비디오방도 리스트에 올라갔다.

사행업종으로 카지노와 복권방, 오락실이 들어갔고 기타업종에는 성인용품점, 총포류판매가 포함된다. 이 가운데 일부 업종의 경우 일반인의 인식상 '깨끗하지 못하다'거나, '건전하지 못하다'는 인식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업종도 포함돼 있어 공공기관들이 반발하고 있다.

청소년 출입이 허용되는 노래방도 있고 순수하게 몸을 씻거나 피로를 풀기 위해 가는 사우나, 운동하러 가는 골프장 등까지 제한업종으로 묶으면 이들 업종에 대한 일반의 인식마저 깎아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기준을 305개 전 공공기관에 직접 적용하거나 준용토록 한다는 방침이며 우리 사회에서 접대비 사용범위에 대한 사회공통의 기준이 없는 상태기 때문에 정부의 지침은 민간기업까지도 벤치마크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접대를 하는 사람 입장이라면 1차에서 밥만 먹고 끝낸다는 게 현실적으로는 무척 어렵다"면서 "노래방에서도 클린카드를 쓸 수 없도록 해 불편함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재정부는 이에 대해 "공기업의 사업비는 국민 혈세로 볼 수 있으며 이를 사용해 노래하거나 골프를 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국민의 인식도 엄연히 있다"면서 "국민권익위원회가 작성한 클린카드의 사용기준을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 접대비 한도 폐지 '원위치?'
재정부의 이번 지침은 업무추진비를 사용할 때 집행 목적과 일시, 장소, 집행대상 등을 증빙서류에 기재해 사용용도를 명확히 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누구랑 언제 어디서 뭘 했는지를 자세히 적으라는 것으로, 재정부가 올해 1월부터 폐지한 접대비 지출명세 보관의무와 거의 같다.

재정부 세제실은 50만 원 이상의 접대비를 지출할 때 접대 상대방의 인적사항 등을 기록해 보관하도록 하는 제도가 기업의 부담을 가중하고 각종 편법만 양산시킨다며 법인세법 시행령을 개정, 폐지한 바 있다.

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접대비 지출내역 보관제도를 폐지한다고 해서 반가웠는데 공기업은 오히려 접대 장소 등 더욱 상세하게 접대 내용을 명기하도록 해 무척 당황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정부 관계자는 "종전에는 50만 원 이상 접대비 지출 때 상대방의 이름과 소속까지 명확하게 기재하도록 했지만 접대비 관련 조항이 변경되면서 이런 부분은 삭제했다"면서 "공기업들은 공공성이 있기 때문에 접대비를 함부로 쓰는 것에 대해 국민이 납득하지 않아 이 정도의 투명성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하거나 개인카드를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것도 금지했다. 불가피하게 사용했다면 경위를 소명해야 하며 또 즉시 적합한 카드로 변경 결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법인카드 전표에 서명할 때는 사용자의 실명이 명확하게 드러나야 하며 서명이 나타나지 않는 카드전표의 회계처리를 위해 사용할 때에는 사용자가 실명을 기재하도록 했다.

이 카드, 저 카드로 이리저리 돌려쓰며 '융통성 있게' 처리하던 기존의 방식이 철저하게 차단된 셈이다.

한 공공기관 간부는 "카드를 돌려쓰는 편법도 이제 힘들어져 사실상 옴짝달싹 못하게 됐다"면서 "공기업 기강을 바로잡는 것도 좋지만 현실과 너무 동떨어지게 규제를 해놓으면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 편법 임금인상 적극 차단
이번 지침은 공기업들이 인건비를 편법 지급하거나 인상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엄격하게 규제했다.

연가보상비나 시간외수당 등 개인별로 지급액이 확정되지 않은 수당을 기본급으로 일괄전환할 수 없도록 했다.

또 경영효율화 추진 등으로 올해 예산편성상 정원(작년 말 정원기준)과 현원과의 차이로 발생한 인건비 차액은 인건비 인상 재원으로 활용할 수 없게 했다. 정부의 정원감축 유도로 인원을 줄여 인건비가 남더라도 이를 남은 직원들에게 지급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인건비 관련 비목에 잉여재원이 발생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인건비 관련비목 상호 간을 제외한 다른 비목으로 전용할 수 없게 했다. 다만 인턴사원 채용이나 정부업무 위탁으로 인한 관련소요경비, 공공요금 등 지출이 불가피하게 발생해 전용하는 경우만 예외로 했다.

경영평가에 따른 성과급 지급의 효과는 더 커진다.

평가등급을 5개 등급 이상으로 하고 최고-최저 등급 간 지급률 격차는 50% 이상이어야 한다. 부서별로 등급별 인원은 최고 및 최저 등급이 각각 5% 이상이어야 하고 특정 등급이 50%를 초과할 수 없다. 2010년 경영평가 성과급 지급부터는 최고 및 최저 등급 비율이 10%를 넘어야 한다.

명목상 성과급일 뿐 대부분 직원이 최고 등급을 받아 많은 성과급을 받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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