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사회공헌금액 '눈가리고 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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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사회공헌금액 '눈가리고 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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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출고 2009년 10월 25일 10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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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마케팅 비용을 사회공헌금액으로 포장해 과장 홍보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5일 7대 시중은행이 국회 정무위원회 고승덕(한나라당) 의원실에 제출한 2008년 사회공헌활동 세부내역에 따르면 전체 사회공헌금액은 1614억 원이었다. 이는 각 은행이 지난 5월 사회공헌활동보고서를 통해 밝힌 사회공헌금액 3370억 원의 47.89%에 불과한 수치다.

 

프로팀 운영비와 유명 프로선수 후원, 대가성 있는 기부금이나 후원금 등 사실상 마케팅 비용을 슬그머니 사회공헌금액을 포함시켰다가 국회의원이 세부내역을 요구하자 빼고 제출한 것이다.

신한은행은 당초 사회공헌활동보고서를 통해 사회공헌활동 투자금액으로 1090억 원을 제시했지만 고승덕 의원실에는 462억 원이라고 밝혔다. 농구와 골프를 비롯한 엘리트 스포츠 운영비용 등을 제외했다.

 

국민은행도 보고서에서 898억 원이라고 밝힌 사회공헌금액을 4분의 1 수준인 228억 원으로 줄여 제출했다. 역시 사회공헌보고서에 포함돼 있던 농구팀 운영비와 유명 선수 후원금액 등을 빼거나 줄여서 신고했다.

 

우리은행은 400억 원에서 174억 원, 하나은행은 631억 원에서 402억 원으로 각각 줄여서 사회공헌활동 세부내역을 소개했다. 대가성이 있는 대학발전기금을 비롯해 골프선수 및 국가대표축구팀 후원 등을 뺐다.

 

고승덕 의원은 "은행 스스로 봐도 마케팅 측면의 지출을 빼고 사회공헌 지출을 집계하니 실제 사회공헌 액수가 절반 이상 줄었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이 고 의원실에 줄여서 신고한 사회공헌금액 지출내역 중에도 골프대회 개최비용과 대가성 있는 기부금 등 사실상 마케팅 비용으로 볼 수 있는 것들도 여전히 일부 포함돼 있었다.

 

외환과 SC제일, 씨티 등 외국계 은행들이 제시한 사회공헌금액은 사회공헌활동보고서에서 밝힌 규모와 비슷하지만 세부내용을 보면 순수 사회공헌금액으로 보기 어려운 항목들이 많았다.

 

외환은행이 제시한 사회공헌금액 256억 원 중 휴면예금관리재단 출연금이 187억 원으로 전체의 73%에 달했다.

 

휴면예금관리재단은 은행들이 출연한 휴면예금으로 운영되는 기구다. 은행의 돈이 아닌 고객의 돈을 관련 법률에 따라 재단에 출연한 것까지 사회공헌금액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SC제일은행도 사회공헌금액 60억 원 중 공탁금관리위원회에 낸 금액이 39억 원이었다.

 

고 의원 측은 "대법원 산하 공탁금관리위원회에 낸 돈은 법원 공탁금을 관리하는 대가로 지출한 돈"이라며 "이 밖에 은행들이 대학 등록금 수납대행, 시ㆍ도 금고 유치 등을 위해 기부금이나 후원금을 낸 것도 대가성이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고 의원은 "이처럼 은행들이 마케팅 차원의 비용 지출을 사회공헌으로 포장해 은행연합회를 통해 매년 책자까지 발간, 배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사회공헌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은행연합회는 지난 5월 '은행 사회공헌활동보고서 2008'을 발간하면서 회원사의 작년 사회공헌활동 지출이 총 4천833억 원으로 전년 대비 23% 늘었고 순이익 대비 사회공헌금액도 6.04%에 달한다고 밝혔다.

 

연합회는 ▲지역사회 및 공익 ▲학술 및 교육 ▲환경 ▲문화ㆍ스포츠ㆍ예술 ▲글로벌 사회공헌 등으로 구분해 은행별 사회공헌활동 내역을 받고 있지만 세부내용을 검증하지는 않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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