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은정의 증권톡] 진입장벽만 한껏 높인 DLF 대책, 유의미한 대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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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은정의 증권톡] 진입장벽만 한껏 높인 DLF 대책, 유의미한 대책은
  • 전은정 기자 eunsjr@cstimes.com
  • 기사출고 2019년 12월 07일 09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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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전은정 기자] 대규모 원금손실 사태가 발생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 금융당국은 강도높은 대책을 내놨다.

금융위는 은행이 최대 원금손실 가능성 20~30% 이상인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했다. 사모펀드 최소투자금액도 기존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올렸다. 특히 개인전문투자자로 인정받기 위한 금융투자상품 잔고 기준은 기존 '5억원 이상'에서 '국공채·환매조건부채권(RP) 등 초저위험 상품을 제외한 5000만원 이상'으로 대폭 낮췄다. 일부 은행들의 불완전 판매 등 비양심적인 행태는 DLF 뿐만 아니라 주가연계펀드(ELF)까지 판매를 어렵게 했다.

은행에서 판매된 파생상품이 대규모 원금손실을 낸 만큼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소비자의 선택권이 지나치게 제한되고 사모펀드 시장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DLF 사태는 은행과 금융당국이 초래한 참사다. 먼저 DLF 판매 과정에서 국내 은행들이 보인 행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은행들은 수익과 실적에 눈이 멀어 원금 손실이 우려된다는 내부 경고에도 소비자에게 판매를 강행했다. DLF 설계·판매·관리 명목으로 리스크 없이 6개월에 최대 4.93%의 수수료를 챙겼다. 수수료는 챙겼지만 판매정보는 숙지하지 못했다. 은행 직원은 DLF의 리스크 등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무분별하게 상품을 팔아치웠다. 그 결과 전체 3243명의 투자자 중에는 노후 자금을 모두 넣었다가 한 푼도 건지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금융당국은 현장 관리 감독에 소홀했다. 뿐만 아니라 사건이 터진 후 금융사를 전방위로 압박하면서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일차원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금융사에 대한 사후제재와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투자자 사전교육 등 선진 투자문화를 확립하는 등 다각도에서 나온 해결책이 아닌 싹을 아예 잘라버리기로 한 것이다. 이로 인해 새로운 시장이 생길 가능성은 막혔으며 모험자본 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부작용은 나타나고 있다. 판매 채널이 줄어들고 진입장벽이 높아지는 규제가 합쳐지면서 사모펀드 자금 유입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올 상반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개인 투자자들의 사모펀드 가입액은 4개월 연속 감소했다. 특히 10월말 기준 판매 잔액은 2007년 12월 이후 12년 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금융당국은 고객 중심으로 금융상품의 평가 지표를 바꾸고 소비자에게 올바르고 정확한 판매정보를 전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진입장벽만 높이는 방법은 그간 일궈왔던 금융개혁을 모두 수포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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