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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제품을 사지 않는 이유

윤성식 고려대 명예교수 admin@cstimes.com 기사 출고: 2019년 10월 02일 오전 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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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본 언론인을 만나서 대화를 나누었다. 한국이 계속 일본기업의 배상을 요구한다면 한일갈등은 계속 될 것 같다는 게 그의 의견이었다. 지금 대한민국은 온통 조국 사태로 다른 사안은 관심 밖이다. 그러나 조국 사태는 검찰수사를 더 지켜보아야할 것 같고 민주당의 예상대로 그리고 자유한국당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을 것이기에 그 결말은 아직 모른다. 이 사건이 어떻게 흘러갈지 참으로 궁금하다. 대한민국 정치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 될게 틀림없다. 그 사이 우리는 매일 매일 경제생활을 하며 불매운동이라는 문제에 수시로 부딪힌다. 과연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미국에서 혼다 자동차와 포드 자동차의 부속품을 분석해보았더니, 혼다 자동차가 포드 자동차보다 미국 부속품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 사람은 혼다 자동차를 구입하는 게 애국이다. 우리나라 제품도 어디에서 생산된 완제품인지 못지않게 부품의 국산 비율도 따져봐야 한다면 골치 아픈 일이다. 우리의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과학적이고 통계적 분석까지 해야 하는 일로 전개될 필요는 없다. 특별한 반대증거가 없는 한 일본에서 생산된 제품은 구매하지 않으면 된다.

일식당에 안가는 불매운동은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우리에게 손해다. 왜냐하면 일식당의 주인, 종업원, 재료 모두 한국산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다만 식당에서 일본산 맥주를 마시지 않으면 된다. 일본제품이 참으로 우리나라에 깊숙이 진출해 있다. 먹는 치즈까지 일본 제품을 수입한다고 하니 이번 불매운동을 계기로 수입 다변화도 고려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효과적인 불매운동은 일본에 가지 않는 것이다.

일본의 투자를 받은 한국기업 제품까지 불매운동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논리적으로야 불매운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무언가 너무 지나친 것 같다는 느낌이다. 우리가 불매운동을 하는 것은 어차피 일본 내에 아베 반대 여론을 증가시키고 우리의 결연한 자세를 보여주기 위함이지 계산기 두드리면서 하는 경제활동이 아니다. 우리는 아베정부와 대결하는 것이지 일본 양심정치세력과 대결하는 것이 아니고 일본국민과 대결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불매운동은 자유무역에 역행하는 일이고 개인적으로 국민에게도 손해이지만 우리가 지금 일본에게 명확한 시그널을 줄 수 있는 게 많지 않기에 정치적으로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 카메라 시장은 일본이 석권했다. 일본산 카메라 아닌 게 거의 없다보니 일본산 카메라 불매운동은 개인의 경제적 측면으로 너무 손실이 클 수 있다. 일본산 카메라 대신 다른 나라 제품을 구입한다면 구입 후에도 여러 가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이런 산업영역에서는 엄격하게 불매운동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

한일갈등이 안 풀린다면 나는 일본에 결코 가지 않을 생각이다. 여행이란 즐거운 것이지만 여행갈 때 풀리는 기분전환은 결국 일시적이다. 우리가 한국에서 불행했다면 여행 다녀와서 기분 좋은 것은 잠시이고 다시 불행에 빠진다. 여행을 가더라도 꼭 일본에 가야만 기분 전환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젊은 시절에는 꼭 가고 싶은 곳이 참으로 많았는데 요즘은 가고 싶은 곳을 가야 행복이고 가지 못한다고 불행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독일은 세계 최고 품질의 자동차 생산국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독일제 수입차를 몰아야 대접 받는다. 독일에서도 한국 자동차는 상당한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실패하고 철수했다. 일본과의 무역에서 대일적자는 엄청나다. 과연 한 일간에 자유무역이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한국은 자유무역으로 먹고 사는 나라이기에 불매운동은 한일관계가 풀릴 때까지만 하는 일시적 운동이어야 한다. 다만 선진국은 자기나라의 산업을 성장시킬 때는 보호무역을 하다가 산업이 성숙하면 자유무역을 밀어붙이며 후진국의 발전을 막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캠브리지 대학 장하준 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책에서 자세하게 설명했고 이 책은 뮈르달 상을 수상했다. 그러니 자유무역의 강점에 대해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도 현명해보이지는 않다.

불매운동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에게 무조건 손가락질 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나름대로의 철학과 이익에 의해 움직인다면 존중해야 한다. 획일적으로 돌아가는 일본보다 다양한 생각을 가진 한국을 강점이라고 생각하는 게 좋다. 다만 일본제품 구매했다고 인증샷을 올리는 행위에 대해서는 좀 답답함을 느낀다.

나는 불매운동에 나름대로의 기준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다. 자유무역을 반대해서가 아니다. 70%가 넘는 우리 국민이 참여하는 불매운동을 그냥 지켜보기만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설령 불매운동이 경제적으로 어리석다고 해도 70%가 넘는 국민이 참여하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정치적 의미가 있다./윤성식 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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