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철 아름다운 관매도
상태바
사철 아름다운 관매도
  • 김초록 여행작가 admin@cstimes.com
  • 기사출고 2019년 09월 17일 11시 01분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초록 여행작가.jpg
진도는 230여 개 섬으로 이루어졌다. 그 중 관매도는 자연 풍치를 가장 잘 간직한, 진도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섬으로 꼽힌다. 남도 끝, 팽목항에서 배를 타고 관매도로 간다. 쾌청한 하늘과 푸르디푸른 바다를 친구 삼아 1시간 20여 분을 달렸을까. 눈앞에 안개 자욱한 섬 하나가 오련히 나타난다.

관매도는 옛날 새가 입에 먹이를 물고 잠깐 쉬어간다는 뜻으로 '볼매'라고 불리다가 1914년 볼을 한자식 관(觀)으로 고치면서 관매도가 되었다고 전한다. 또 다른 설도 있는데, 아주 먼 옛날 한 선비가 제주도로 귀양 가던 중 이 섬에 들어와 약 2㎞에 달하는 해변에 매화가 무성하게 핀 것을 보고 관매도라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배에서 내리면 관매도를 알리는 표지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걷고 싶은 매화의 섬, 관매도'

관매도는 아름답고 신비로운 섬이다. 걸어서도 충분히 돌아볼 수 있는 작은 섬이다. 2개 마을 126가구에 220여 명의 주민이 사는 이 섬은 볼거리, 먹거리, 체험거리에 인심 또한 넉넉해서 여행자들을 만족시킨다.

관매도에는 관매8경이 있다. 이 여덟 비경은 섬을 한 바퀴 도는 마실길과 유람선을 타면 제대로 볼 수 있다. 관매해변(해수욕장)은 관매8경 중 제1경이다. 선착장 왼쪽으로 드넓게 펼쳐진 해변은 모래가 고와 맨발로 뛰어놀기 딱 좋다. 맨발로 모래밭을 밟으면 부드러운 감촉이 온몸으로 전해온다. 물이 빠져나간 모래밭을 파헤치면 동글동글한 조개도 올라온다. 이곳의 모래는 입자 간 틈이 거의 없을 정도로 아주 미세해 '떡모래'라는 이름이 붙었다. 떡모래는 자동차가 달려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밀착돼 있다. 모래밭에는 작고 동그란 모래경단이 수없이 널려 있는데 모래밭을 점령한 달랑게가 유기물을 먹고 걸러낸 모래 알갱이들이다.

관매해변은 해넘이 포인트로도 좋다. 저녁 무렵이면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해넘이가 장관을 연출한다. 해넘이는 해변이 끝나는 해안절벽의 독립문바위에서 더 잘 보인다. 책 수만 권을 쌓아놓은 듯한 절벽 아래에는 신비스러운 해식동굴도 있다.

관매해변 뒤로는 울창한 해송숲(곰솔)이 병풍을 두른 듯 이어져 있는데, 바다와 솔숲의 색깔 대비가 참으로 멋스럽다. 바다안개라도 끼는 날이면 해송숲은 더 신비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곱고 단단한 떡모래가 깔린 숲 바닥은 돗자리를 깔고 잠시 쉬기 좋다. 숲 3km 구간에 피톤치드길, 해당화길 등 테마 길과 습지관찰로도 만들었다. 수령이 50-100년쯤 된 곰솔숲은 면적이 약 3만평에 이른다. 우리나라 최대 규모로서 산림청으로부터 '올해의 가장 아름다운 숲'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곳의 거대한 해송숲은 1600년경 전남 나주에서 강릉함씨 일가가 들어와 살면서 시작됐다. 해안절경이 아름다운 섬이었지만 모래가 마을을 뒤덮고 바람이 심하게 몰아쳐 사람이 살기에는 힘든 땅이었다. 함씨 일가는 이런 악조건을 물리칠 방법을 고민하다가 해변에 해송을 심기 시작했는데 훗날 이게 큰 효과를 발휘했다. 관매도의 해송은 이런 사연과 함께 오랜 세월 섬을 지켜오고 있다. 한편, 관매도는 풍란의 자생지로도 알려져 있다. 워낙 귀한 종이라 쉽게 볼 수 없지만 이따금 소나무 가지에 붙어 자라고 있는 풍란이 눈에 띄기도 한다. 옛 관매초등학교 앞에 서 있는 후박나무(천연기념물 제212호)도 볼만하다. 나이가 약 300살을 헤아리고 높이가 17미터쯤 되는 두 그루의 후박나무는 마을의 당산나무로 오랜 세월 섬사람들과 함께 살아왔다.

▲ 관호마을의 돌담길

알록달록 지붕선이 고운 마을길로 들어선다. 관매도에는 2개의 마을이 있다. 해송숲 뒤쪽의 관매마을과 섬 서쪽의 관호마을이 그것이다. 이 두 마을은 몰려드는 여행객들을 위해 낡은 민박시설을 현대식으로 바꾸고 마을회관도 여행객이 편히 쉴 수 있도록 고쳤다. 골목길 시멘트벽은 꽃과 물고기가 그려진 예쁜 벽화로 단장했다.

오밀조밀 이어진 마을 골목길을 따라가노라면 목을 축일 수 있는 우물이며 쉼터(정자)가 곳곳에 마련돼 있다. 마을에서 특히 인상적인 것은 돌담이다. 마을의 상징이 된 돌담은 예부터 바다의 거친 바람과 추위를 막기 위해 쌓은 것인데 오랜 세월이 흘러도 흐트러짐 없이 단단하고 견고하다. 마을 사람들은 거개가 어업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거센 파도만큼이나 거친 섬사람들이지만 길에서 만난 마을사람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편안해 보인다.

관호마을을 넘어가면 탁 트인 바다가 손짓한다. 비취색을 띠는 바다는 눈이 시릴 정도로 맑다. 그 바다 드문드문 양식장이 보이고 형제섬 옆으로 이따금 어선이 미끄러지듯 나아간다. 바위에 걸터앉아 고기를 낚는 강태공들도 보인다. 보이는 것 모두가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오는 관매도 앞바다!

▲ 관매8경의 하나인 꽁돌

그렇게 바다와 숲을 끼고 수려한 해안길을 따라 조금 가면 평평한 바위 위에 큼지막한 돌 하나가 놓여 있다. 이름 하여 꽁돌이다. 이 돌은 직경이 약 5m에 이르는데, 다음과 같은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아득한 옛날 하늘나라에 두 왕자가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꽁돌을 가지고 놀다가 실수로 지상으로 떨어뜨렸다. 옥황상제는 하늘장사에게 명하여 꽁돌을 가져오게 하였다. 옥황상제의 명을 받은 하늘장사가 꽁돌이 떨어진 곳(왕돌끼미)으로 내려와 왼손으로 꽁돌을 번쩍 들려고 하자 갑자기 거문고 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디서 들리는지는 몰랐지만 그 소리가 하도 아름다워 하늘장사는 그만 넋을 잃고 꽁돌을 가져오라는 옥황상제의 명령을 잊고 말았다. 이 일을 알게 된 옥황상제는 두 명의 사자에게 하늘장사를 데려오라고 명하였으나, 두 명의 사자마저 거문고 소리에 매혹되어 하늘로 올라갈 생각을 잊어버렸다. 이에 진노한 옥황상제가 하늘장사와 사자들이 있던 자리에 돌무덤을 만들어 묻어버렸다고 한다. 꽁돌 옆의 왕릉처럼 생긴 돌무덤의 유래담이다.

꽁돌을 지나 섬 끝 쪽을 향해 가는 길은 트래킹 코스로 나무랄 데 없다. 난간이 쳐진 오르막길과 평평한 길, 내리막길이 번갈아 이어지고 가슴으로 스며드는 상쾌한 공기가 더없이 좋다. 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섬에서 자생하는 다양한 식물들도 볼 수 있고 무엇보다 바다 전망이 최고다. 그 길 끝지점에 있는 하늘다리는 관매8경 중에서도 으뜸이다. 높이가 50미터에 이르는, 바닥이 투명한 철제다리로 만들어졌는데 이곳에서 밑을 내려다보면 바위산 중심부를 칼로 자른 듯 갈라진 모습이 감탄을 자아낸다. 절벽 위 바위틈 사이로 바닷물이 들고 나는데 가히 자연의 걸작품이다. 하늘다리는 유람선을 타고 바다에서 보면 더 실감이 난다.

▲ 하늘다리에서 본 바위 절벽 사이로 바닷물이 드나든다.

섬 동북쪽 바다에 떠 있는 방아섬(일명 남근바위)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선녀가 내려와 방아를 찧었다는 이 작은 섬 정상에는 남근을 닮은 남근바위가 솟아 있는데, 아이를 갖지 못하는 여자가 정성껏 기도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얘기가 전해 내려온다. 희한한 것은 방아섬 맞은편에 여성 성기 형상을 한 음부도가 있다는 것이다. 옛날 이곳을 지나는 여인들은 그 모습이 하도 망측해서 남몰래 얼굴을 붉혔다고 한다. 남근바위는 진도(팽목항)로 오가는 뱃길에서도 볼 수 있고 육로로도 접근할 수 있다. 이밖에 물이 들면 바닷물 위로 떨어지고 물이 빠지면 자갈밭 위로 떨어지는 서들바굴 폭포와 섬사람들이 당제를 지내던 벼락바위(구렁바위)도 관매도를 지켜주는 영물이다.

깊어가는 가을, 관매도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보면 어떨까. 섬은 저마다의 또 다른 고향이면서 쉼터이자 에너지 충전소다./김초록 여행작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