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사회적 약자 배려에서부터 출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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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사회적 약자 배려에서부터 출발해야
  • 이성림 성균관대 소비자학과 교수 admin@cstimes.com
  • 기사출고 2017년 04월 11일 10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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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1980년 '제3의 물결' 을 세상에 선보였다. 다가올 산업사회의 다양한 변화를 예측한 탁월한 식견에 전세계가 공감했다. 불과 40년도 지나지 않아 인류는 이미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들어섰다. 1차, 2차, 3차 산업혁명 시대에 과학기술의 역할은 사람의 노동력을 기계가 대체하여 자동화를 이루는 내용이었다. 의사결정과 판단에 도움이 되는 정보와 지식을 제공해 인간생활과 경제활동에 도움이 되는 도구를 제공하는 수준이었던 셈이다.

4차 산업혁명은 이세돌과 바둑대결에서 승리를 거둔 알파고 처럼 인식 능력을 가진 사람만이 행할 수 있었던 판단과 의사결정을 사람보다 더 효과적으로 실행하는 시대로의 진입을 의미한다. 2016 다보스포럼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극단적 자동화와 연결성으로 집약된다고 진단했다. 극단적인 자동화는 자동화 할 수 있는 작업의 폭을 크게 넓혀서, 저급한 수준의 기술뿐 아니라, 중급 수준의 숙련 기술들도 대체하고, 인공지능(AI)이 적용된 자동화의 최전선에서는 인간만이 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업무들 중 상당부분도 로봇이 대체할 것으로 전망한다.

4차 산업 혁명이 일자리에 미칠 영향에 대한 '미래고용보고서'는 향후 5년간 선진국 및 신흥시장 15개국에서 일자리 710만개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창출 될 수 있는 일자리는 인공지능, 3D 프린팅, 빅데이터와 산업로봇 등 신기술분야에서 약 210만개에 불과하여 약 500만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청년고용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오늘날 기술이 인력을 상당 부분 대체할 것이라는 미래 전망은 매우 현실적인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개별 소비자에게 이는 실직과 소득 상실을 의미하기 때문에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경제적 과제이다. 시장경제 원리에 충실하여 개인이 당면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일차적인 책임은 스스로에게 있다. 잡마켓(Job Market)에서 자신과 자녀들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시간과 금전적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지만 혁신적인 과학기술이 압도하는 거대하고도 도도한 시대 변화에 마주친 개인의 무력감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성경에 고용과 임금에 대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하루 한 데리나온의 돈으로 하루 일꾼들을 고용하여 일을 시킨 포도밭 주인의 경우다. 그는 아침 일찍부터 장터에 나가 일꾼들을 모아서 포도밭으로 보내고도, 낮에도, 오후 늦은 시간에도 몇 번이고 장터에 나가 서성이는 이들을 불러다 일을 시킨다. 저녁때가 되면 주인은 오후 늦게 일을 시작한 일꾼들에게도 아침부터 일찍부터 일을 시작한 사람들과 같은 한 데리나온의 돈을 온전히 지급한다는 스토리다.

자유시장경제의 관점에서 보면 적은 시간 동안 일한 사람에게 하루 온 종일 일한 사람과 같은 임금을 주는 것은 참으로 공정하지 못한 처사다. 하루 온 종일 일한 사람들이 불만을 토로해도 포도밭 주인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너그럽게 품삯을 지불한다. 능력 있는 일꾼들은 아침 일찍부터 선택되어 하루 온 종일 일할 수 있었지만 아무도 데려가지 않아서 일도 못하고, 오후 늦게까지 할 일을 기다리며 집에도 못 가는 사람들의 처지를 헤아리는 것은 능력 중심의 냉정한 시장경제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됨에 따라 자동화된 기계나 인공지능만큼 정확하고도 오류 없이 일할 수 없는 보통 사람은 하루 온 종일 장터를 서성이다가 빈손으로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무능한 처지에 놓일 위험이 더욱 증가할 것이다. 보통 사람의 생계를 위협하는 장래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성경 속에 등장하는 포도밭 주인과 같이 보통 사람과 약자를 처지를 헤아리고 배려하는 따뜻한 시장경제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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