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대·기아자동차 신차 작명 '한글 부재'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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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현대·기아자동차 신차 작명 '한글 부재' 아쉽다
  • 여헌우 기자 yes@cstimes.com
  • 기사출고 2014년 11월 24일 07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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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여헌우 기자] 이름(名)은 사람이나 사물을 다른 그것과 구별하기 위해 붙여진 말이다. 누구 혹은 무엇인가를 생각할 때 머리 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일종의 약속된 '기호'다. 

한국은 한국식, 일본은 일본식, 프랑스는 프랑스식. 각 국가별 그들만의 '작명법'이 있다. 사회적 합의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자동차는 예외다.  

현대차는 지난달 출시된 '아슬란'의 이름을 짓는 데 1년6개월여를 고민했다고 한다. 한글은 철저하게 '실종'됐다.

11월 현재 국내 업체의 양산차 중 모델명에 한글을 붙인 제품은 전무하다.

전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우차 맵시나(1983년)와 누비라(1997년), 쌍용차 무쏘(1993년)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들의 단종과 함께 한글명도 자연스레 자취를 감췄다. 

아슬란은 터키어로 '사자'를 뜻한다. 에쿠스(개선장군의 말), 그랜저(웅장함), 아반떼(전진) 같은 차명은 스페인어·영어 등에서 따왔다. 싼타페, 쏘렌토, 투싼 등은 해외 유명 휴양지 이름이다.

알파벳과 숫자를 조합한 '알파뉴메릭' 방식을 차용하는 경우도 많다. 기아차 K시리즈(3·5·7·9)와 르노삼성 SM시리즈(3·5·7)가 대표적이다.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발음하기 쉽고 의미 전달이 잘 되는 차명을 찾다 보니 (작명 과정에서) 자연스레 영어 등 현지어를 택하게 됩니다. 모델명이 통일되지 않으면 마케팅 부분에서 손해가 커 국내 판매 모델에만 한글명을 붙이기도 어렵습니다."

국내 완성차 업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아반떼, 그랜저 등이 현지에서 '엘란트라', '아제라' 같은 이름으로 변경돼 팔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석연찮다. 마케팅 측면에서 모델명을 통일해야 유리하다는 주장이 설 자리를 잃는다. 

모델명에 현지어를 쓰는 게 한글을 사용하는 것보다 더 경쟁력 있다는 의견도 논리적으로 허술하긴 마찬가지다. 

온라인 쇼핑 사이트 G마켓에 따르면 올해 들어 해외 시장에서 한글 관련 상품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1~3분기 글로벌샵의 관련 상품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7% 늘었다.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권은 물론 유럽, 오세아니아 등에서도 증가세가 뚜렷하다.

'한류열풍'의 영향으로 해외에서 한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한글을 기반으로 모델명을 정해도 현지에서 충분히 이목을 끌 수 있다는 주장이 가능해 보인다.

글로벌 판매량 1위 업체 토요타는 최근 선보인 신형 수소 연료 전지 자동차의 차명을 '미라이'로 정했다. '미래'라는 뜻의 자국어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링 세단 '캠리'도 일본어로 왕관을 뜻하는 단어 칸무리(kanmuri)의 영어식 발음이다.

마세라티 같은 이탈리아 차에서도 '콰트로포르테'처럼 자국어를 사용한 이름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영국·미국차는 대부분 영어로 된 차명을 지녔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5대 자동차 생산국 중 하나다. 한글 이름을 지닌 차가 세계 어느 곳에도 없다는 점은 분명 아쉬운 대목이다. 

한글 이름을 지닌 자동차가 세계 곳곳을 누비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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